지금 환갑을 바라보는 세월을 살아오면서 돌아다 보면 문득, ‘인생에도 정답지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학창 시절, 빼곡히 들어찬 문제 앞에서 정답만을 골라내던 것처럼, 우리 삶의 중요한 갈림길마다 누군가 ‘이쪽이 정답이야’라고 명쾌하게 알려준다면 말입니다.
좋은 대학에 가고, 안정된 직장을 얻고, 적당한 나이에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것.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마치 모범 답안처럼 정해진 길을 제시해왔고, 우리는 그 길에서 벗어나는 것을 ‘오답’이라 여기며 불안해했는지 모릅니다.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 위, 작은 조각배에 홀로 떠 있는 기분.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떤 항로를 택해야 할지 몰라 막막할 때, 우리는 밤하늘의 별을 보듯 절대적인 길잡이를 찾게 됩니다.
하지만 오늘 저는 당신의 손을 잡고 조금 다른 이야기를 건네고 싶습니다.
어쩌면 우리 인생은 정답을 찾는 객관식 시험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답을 써 내려가는 한 편의 서술형 시험지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질문 앞에 정답은 없으며, 오직 각자의 ‘해답’만이 존재할 뿐이라는 따스한 진실에 대하여.
인류는 오랜 시간 동안 이 ‘정답 없는 삶’에 대한 고민을 이어왔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현자와 철학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길은 하나가 아니라고, 너만의 지도를 그려도 괜찮다고.’
동양 철학의 정수인 노자(老子)는 그의 책 『도덕경』 첫머리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道可道 非常道(도가도 비상도)”, 즉 ‘말로 할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니다’라고 말입니다.
이는 ‘이것만이 길이다’라고 규정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진정한 길이 아니라는 깊은 통찰입니다.
노자는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고 했습니다(上善若水).
물은 네모난 그릇에 담기면 네모가 되고, 둥근 그릇에 담기면 둥글어집니다.
흐르다 바위를 만나면 비켜가고, 웅덩이를 만나면 채우고 다시 흐릅니다.
자신을 고집하며 정해진 길로만 가려 하지 않고, 유연하게 변화하며 자신의 길을 만들어나갑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아서, 억지로 정해진 길을 가려 애쓰기보다, 나에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 물처럼 유연하게 나만의 길을 만들어 갈 때 비로소 순리를 따르는 삶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나라 속담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남들이 가는 넓은 길이 아니더라도, 조금은 돌아가고 험한 길일지라도, 결국 자신의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면 그 과정 모두가 의미 있는 여정이라는 뜻일 겁니다.
서양의 지혜 또한 같은 곳을 향합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영웅 헤라클레스는 젊은 시절, 두 갈래 길 앞에서 운명적인 선택의 순간을 마주합니다.
한쪽 길에는 ‘쾌락’이라는 여신이 서서 쉽고 즐거운 인생을 약속했고, 다른 길에는 ‘미덕’이라는 여신이 서서 고되고 힘겹지만 명예로운 삶을 제시했습니다.
신화는 헤라클레스가 고뇌 끝에 미덕의 길을 선택했다고 전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길이 ‘정답’이었냐가 아닙니다.
그 누구도 대신 선택해주지 않는 기로에서, 헤라클레스가 스스로의 의지로 자신의 길을 ‘선택’했다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그의 위대함은 정답을 맞혔기 때문이 아니라, 선택에 온전히 책임을 지며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갔기 때문입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서양 격언처럼, 어떤 길을 택하든 우리 모두는 각자의 ‘로마’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태어나는 것과 죽는 것을 선택할 수 없지만, 그 사이의 모든 순간을 선택으로 채워나가며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동서양의 지혜는 한목소리로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인생의 가치는 정해진 답을 찾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 속에서 자신만의 답을 만들어가는 치열한 과정 속에 있음을 말입니다.
“좋습니다.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불안한 걸요.
제가 선택한 이 길이 정말 맞는 길인지, 혹시 돌이킬 수 없는 오답은 아닐지 두렵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치고 있을지 모릅니다.
네, 맞습니다.
정답이 없다는 자유는 때로는 망망대해에 홀로 남겨진 듯한 불안감을 동반합니다.
이정표 하나 없는 낯선 길 위에서 우리는 길을 잃기 십상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나침반을 찾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하는 가장 큰 실수는, 그 나침반을 다른 사람에게서, 혹은 세상의 평가 속에서 찾으려 한다는 점입니다.
친구가 가는 길, 사회가 성공이라 부르는 길, 부모님이 원하는 길을 기웃거리며 내 나침반의 바늘을 그곳에 억지로 맞추려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맞춘 나침반은 계속해서 덜덜 떨리며 방향을 잃고, 우리는 더욱 큰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이는 인생의 해답을 찾기 위한 가장 근원적인 가이드입니다.
진정한 인생의 나침반은 내 바깥이 아닌, 내 가장 깊은 곳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무엇을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나요?
어떤 가치를 지킬 때 가장 당신답다고 느끼나요?
세상의 소음이 아닌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그것이 바로 내 인생의 북극성을 찾는 과정입니다.
어린 왕자는 수많은 장미꽃들 속에서 자신만의 장미가 특별한 이유를 깨닫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그 장미에게 물을 주고, 유리 덮개를 씌워주며 ‘길들였기’ 때문입니다.
즉, 자신이 쏟은 시간과 마음, 관계 속에서 의미가 생겨난 것입니다.
우리 인생의 길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길이 처음부터 정답이고 특별해서 의미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선택하고, 나의 땀과 눈물을 쏟고, 온 마음을 다해 걸어갈 때, 그 평범했던 길은 비로소 나만의 의미로 반짝이는 ‘정답’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여러분, 이제 정답지를 찾으려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아도 괜찮습니다.
인생이라는 시험지 앞에서 더 이상 남의 답을 엿보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험난하다고 느끼는, 때로는 외롭다고 느끼는 세상살이에 실망할 이유도, 좌절한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이 걸어온 그 길, 설령 그것이 남들이 보기엔 조금 더디고 구불구불한 길이었을지라도, 그 모든 발자국에는 당신만의 이야기가, 당신만의 깨달음이 새겨져 있습니다.
실패의 경험은 당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을 것이고, 눈물의 시간은 당신을 더 깊이 있는 사람으로 만들었을 겁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방황하고 아파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우리의 삶은 저마다의 색깔로 빛날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모두가 똑같은 정답을 향해 달려간다면 세상은 얼마나 밋밋하고 지루할까요?
당신의 독특한 해답이, 당신의 특별한 이야기가 이 세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한 조각의 퍼즐이 됩니다.
그러니 이제 두려워 말고 당신만의 답을 써 내려가십시오.
때로는 틀려도 괜찮고,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써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백지로 남겨두지 않고, 당신의 생각과 선택으로 꾸준히 채워나가는 용기입니다.
당신의 삶 자체가 당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가장 위대한 해답입니다.
오늘, 당신의 인생이라는 책에 어떤 문장을 새로 새겨 넣으시겠습니까?
그 첫 문장을 시작하는 당신의 용기를 온 마음 다해 응원합니다.